말을 잡으러 갑시다
곰을 잡으러 갑시다
헤엄쳐서 갑시다
나무 위에 올라가
이리 저리 살피고
다시 다시 내려와
바위 뒤에 숨어서 … 곰이다!
이거 기억나? 난 어렸을 적에 누군가가 가르쳐 준 것 같은데, 이 ‘곰이다!’ 하는 부분은 매번 그 대목이 있을 걸 알면서도 깜짝 놀라며 깔깔거리며 웃었던 것 같아. 너무나 오래된 일이라 이 기억이 왜곡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난 말을 잡으러 가.
소로스의 공포마를 잡으러 말야…
서버 통합으로 말리고스로 이전한 뒤에, 아니 길드에 다시 가입하고 나서, 정확히 그 시점이 아웃랜드에 오고 61렙이 되어가고 있어서였겠지.
길드 창에서 말 퀘스트를 언제 하려나는 얘기를 100번쯤 들은 것 같아. 맞아 60이 되면 대망의 공포마 퀘스트가 있었어. 지옥마 탈 때부터 들었던 얘기라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의욕상실의 도가니에 있던 때라서 ‘헤헤’ 웃으며 ‘나중에 하지’ 그러고 있었어.
휴일을 지내면서 들락거리다 보니 말 타고 달리는데도 머리 위에서 내다 찍고, 가던 길을 돌아와 뒤통수를 때리고 가는 넘들이 있더라고. 골드문을 지금껏 인도한 지옥이도 사력을 다해 달려보지만 뉨들의 스피드에는 당해내지를 못하는 것 같아.
그래서 흑마 상급 스킬을 찍을 겸, 사람도 볼 겸 달려갔던 스톰윈드에서 퀘를 받았어.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던데, 겁도 없이 시작했지. 불타는 평원에 가서 모르즐에게 퀘스트를 받고, 자에데나르 깊은 곳까지 한참을 헤매다 베인 할로우를 찾고, 배신자 울라텍도 가볍게 처리하고, 별가루를 사다 주고는 다음 퀘를 받았어.
유쾌 파티 스칼로맨스를 휩쓸고
스칼로맨스에 가서 마법의 양피지를 만들어야 했는데, 마침 자리에 있던 요가, 카리잔 님과 천랑이 로얄이를 앞세워 스칼로맨스로 출동했어. 떠들기 바쁜 파티, 로얄이는 스칼로맨스 학샹들과 얘기를 해보겠다며 이리 저리 달려다니고, 마법 학교의 교장을 잡겠다며 깊은 곳까지 휩쓸고 다녔어. 역시 함께 다닌 다는 건 즐거운 일이야.
스칼로맨스
누가 하는 퀘스트인지
발품 팔고 다니는 퀘는 내가 했지만 검은무쇠 광석을 구하고, 용 비늘을 벗겨 오고, 버섯을 캐고 하는 건 모두 롱이가 했어.
사람 좋은 롱이는 허허 웃지만 골드문 같은 길원을 모시는 건 고역 아닌 고역일 것 같아. ^^;; 채광이 170도 안 되다니 정말, 쓸모 있는 건 하나도 해 놓은 게 없는 골드문이었어. 아웃랜드에 있는 번쩍번쩍 광석들이 다 그림의 떡이란 말이지.
사실 그 며칠간은 ‘말퀘 했어요?’ 하는 질문이 ‘말퀘 언제 시작해요?’로 바뀌어 있었어. 그리고 대망의 현충일, 마치 말 퀘를 하라고 평일 중간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휴일 같았어.
퀘스트의 재물은 바로...
자비의 솥단지, 검은 자철광, 소로시안의 상형문자는 파티를 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어도 되는 거래. 데미스 언니한테 그 얘기를 여러 번 듣기는 했지만 불친절한 퀘스트 설명을 읽으면 더 불안불안 하기만 해.
길창에서는 롱이에게 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매드 님과 큰바위, 카리잔 님이 차례로 납치를 당하고 있었지.
우헤헤, 내가 보기에는 영락 없이 골드문의 재물이 되어 주시기 위해 오고 있었어.
난 퀘스트를 읽으며 팔자 좋게 솬 해주기만을 기둘리고 있었지. 무지 건방지지? 음... 내가 꼭 태생이 진골이라 그런 건 아냐. 그냥 이름에 골드가 들어가 있으니 좀 봐죠. ^^
애드의 여왕 - - ;;
그리고 혈투에 전장 안에 있는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어. 그곳에 또 그런 별 세계가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니까. 말을 잡으러 가는 길, 초행길은 언제나 떨려. 뭐 또 잘못하지나 않을까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데, 역시 그 날도 내 예상을 저버리지 않았어. 초절정 뻘짓을 여러 개 했다고.
이때만 해도 그 정도까지 뻘짓을 하리라곤 생각치 않았지...
가는 곳마다 몹들이 많아. 투닥 투닥 잡으면서 가는데, 그래도 워낙에 튼실한 넘들이 여럿 덤비니 피도 퍽퍽 빠져나가. 인던 지리에 특히 약한 골드문 큼직 큼직하고 밝은 통로를 따라가는데도 자꾸만 뒤로 쳐져.
게다가 인던 들어오면서 갑자기 천천히 걷기 모드로 바뀌어서 ‘달리기’로 바꾸려고 별 놈의 애를 다 썼어. 매크로를 바꿔도 안 되길래 포기하고 걸으려고 하는데, 몹 한테 한방 맞더니 부다다다 달리기 시작하는 거야.
덕분에 애드의 여왕, 그 명성에 어울리는 짓을 했어. 기어이 파티를 눕히고야 말았지.
정말 예전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초보라서…
손가락이 꼬여서…
때로는 나 아냐, 절대 아냐, 진짜 아닐 거야… 이렇게 우겨도 봤지만
아… 정말 부인할 수 없었어.
『맞아, 내가 그 베일에 숨고픈 가린 애드의 여왕이야. ㅠㅠ』
익숙하지 않다고 말하기엔 오랜 시간이 지났잖아. 그리고 초보라고 하기에도 렙이 조금씩 민망해 질 것 같고, 그놈의 손가락은 맨날 꼬여? 이제는 어쩐다 저런 핑계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우에할꼬! 몰라, 계속 이러고 살든지 말든지. 패스~
내부의 적을 물리치고 나아가 드디어 도착
하여간 골드문은 힘겹게 출동하신 고렙님들이 너무 심심하게 퀘를 끝내는 것을 염려해서인지 대형 사고를 간간히 쳐 주시고, 능숙한 고렙님들은 이러한 고난을 한 꺼풀씩 헤치고, 결국 퀘스트 장소에 도착을 했지. 역시 렙은 그냥 올라가는게 아냐.
가만 생각하면 말야, 적은 꼭 외부에 있는 게 아냐. 저넘의 몹들 보다도 위험한 폭탄 같은 골드문을 싣고 다녔단 말이지.
이몰타르, 저넘을 잡아야 퀘를 시작할 수 있어. 꼼짝 마라고 하면 정말 꼼짝도 안 할 수 있는 골드문인지라 저런 거 잡을 때는 그래도 제 몫은 해.
ㄱㄱㄱ
덤비면죽어 님의 물러나란 소리에 다들 뒤로 빠졌어. 자 이제 불 켜고, 물레 돌리고, 종치는 거야. 한 바탕 굿판을 벌여야 하는 것이지.
‘ㄱㄱ’ 사인이 떨어지자 사방에서 임프들이 튀어나오고 불덩이가 날라오고, 지옥 소환 병이 마구 잡이로 달려들었어. 내가 말 했지? 제자리 플레이에는 강하다고. 슬쩍 슬쩍 움직이면서 몹들 달겨 드는 거 잡고, 차례 차례 냥꾼의 어시를 따라가며 몹들을 녹여 갔지. 그런데, 뭔 놈의 숫자가 그리 많은 거야.
혹시 라이언 일병 구하기 봤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할 때 바다에서 끝없이 밀려들고, 육지에서는 총알 날라오고, 끊임없이 총질을 해대잖아. 난 그 장면에서 아주 질려 버린 터라 극장을 나오고 싶었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나올 수 가 없었거든. 왜 그 이야기를 하냐고? 아주 임프들이 징하게 나왔다고.
이렇게 쏟아지는 몹들을 정리하고 나서 소로스의 말을 솬하려고 하다가 결정적인 연유로 우린 재방송을 한번 더 하기로 했어.
『흐흐, 임프야 나와라 나와… 』
그리고 드디어 소로스의 말을 불러 냈지.
『이히힝, 이넘! 많이 기둘렸지? 언니가 길들여 줄게.』
사랑의 dot로 살짝 제압하시고, 불화살 채찍으로 가볍게 쳐주시고… 그렇게 공포마를 길들이기 시작했지.

포효하듯 반항을 하던 넘이 순한 양 같이 되었다면 거짓말이고, 어쨌든 개과천선했어.

그리고 이렇게 공포마를 타게 되었지. 앞으로 골드문과 함께 아웃랜드를 달릴 공포마 ‘뿔딱지 콩이’를 소개할게.
계속 신경 쓰며 골드문이 콩이를 만날 수 있도록 애써준 분들에게 모두 감사하고 싶어.
『 요가 님, 천랑이, 로얄이, 주저 없이 손들고 달려온 Worldmad 님과 납치당해 온 카리잔 님, 갑자기 끌려왔을 덤비면죽어 님, 가죽 벗기다 버섯 캐다, 그것도 모자라 광석까지 캐러 뛰어 다니니라 바쁘던 유끼카제, 그리고 항상 응원해 주는 여러분들, 모두 감사해요. 』
골드문도 좀 유익한 기술을 배워야 할 것 같아.
나누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기술 말야.
(200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