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언제 스머프에 합류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골드문은 가끔은 닥버로우하고 있는 길원들을 길창에 끌어올려보는 못된 취미가 있다. 몹 잡고, 전장 뛰고, 파티 짜고, 인던 돌면서 뭔가 대꾸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이런 골드문의 심통 맞은 레이더 망에도 잡히지 않았던 것을 보면 요가는 자신만의 퀘에 심취에 있었나 보다.
그러다 효리 곰, 아니 치타인가… 하여간 그넘의 네 발 달린 어떤 짐승에 이끌려 도착한 지옥불 반도에서 그를 만났다.
『아니 이런 신천지가! …』
활기가 넘치는 아웃랜드, 신천지에 대한 감상을 늘어 놓기도 전에 길드의 지옥불 반도 동기들을 만나 퀘를 시작했어. 지금은 모두 만렙 찍고 다른 것들에 파묻혀 있는 카리잔, 요가, 유끼카제가 실은 모두 지옥불 반도 동기들이야.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지옥불 반도 동렙 길원들과 깡패처럼 모여 다녔지. 그들에 손에 이끌리어 간 곳에서 얼떨결에 새를 타고 폭탄도 투하했어. 새를 타기 전에는 내가 새를 탄다는 것도, 폭탄을 떨궈야 한다는 것도 몰랐었는데, 하늘을 날면서야 설명 듣고, 가방을 주섬주섬 뒤져 폭탄을 꺼내 신나게 떨구었지.
이렇게 도착하자마자 신나게 한 판을 벌이다 보니 어느새 아웃랜드 생활에 익숙해 질 수 있었어. 물론 골드문이 지옥불 반도에 익숙해 졌을 때 그들은 모두 장가르로 가 있었지만 말이야. 우르르 몰려 다니다 보니 두려울 게 없었어. 이런 깡패 짓도 아주 잠시, 다시 예전의 솔로잉 모드로 돌아갔지.
아웃랜드는 높아진 렙에 걸맞게 대단한 경험치를 줄 퀘스트가 즐비한 곳이야. 그만큼 해야 할 것이 많은 곳이기도 하고. 끊임없는 퀘스트와 단순한 움직임, 바빠서 곁에 있는 적 마저 스치고 지나가는 곳. 하는 나는 탈것이 있어서인지 어느 순간엔가 머리 위를 날고 있는 길원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 곳이었어.
퀘스트 삼매경에 빠져 운고로 삘의 기이한 수생생물이 사는 장가르 습지대를 지나 테로카르 숲을 넘어 나그란드에 도착했을 때 다시 그를 만났어. 나그란드에 오면 한번 돌아주겠다던 그 말을 그냥 인사치레라 생각했기에 마을을 돌며 퀘스트를 받아 열심히 지도에 표시를 달고 있었을 때였는데, 어딘가에서 유유히 날라와 사뿐히 내려 앉는 것 아니겠어.
맘모스 같은 것을 타고 다니는 요가는 인사를 제대로 나눌 겨를도 없이 저만치 앞서 가더라고. 뒤처질 새라 골드문도 얼른 따라갔어. 그넘의 맘모스는 박카스라도 먹었는지 항상 부르릉하고 달려가 버렸어. 그래서 골드문은 뒤뚱거리며 달려가는 그넘의 엉덩짝만 바라보며 나그란드 투어를 시작했지.
골드문은 보통 접속하면 퀘 정리 10-20분에 실제 퀘스트를 하는 건 1시간, 완료하고 유람하기 30분 정도인데, 맘모스 엉덩이만 바라보고 달렸던 날은 2시간이나 되었을까, 어려운 임무를 10개나 넘게 (완료)하고 있었어. 임무를 하나씩 마칠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아웃랜드 공장표 퀘스트를 꼬챙이로 주욱 꾄 듯한 재미도 누려 볼만 했어.
요가는 여기 저기 인도 하니라 나도다 더 분주했겠지만 그 사이 골드문은 물속에서 물갈퀴를 열심히 젓고 있는 물오리 마냥 열심히 따라다녔어. 골드문은 인던에서 파티하고, 혼자서 정예 잡다가도 채팅을 하는 종족이었는데, 이때만은 그럴 수가 없었어.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정말 손가락이 쉴 틈이 없었다니까.
아, 그런데 이놈 진짜 괴물이야. 열 몇 개의 퀘스트를 빤히 꾀고 동선을 만들어 항상 경제적인 루트를 찾아낸단 말야. 골드문은 이런 치밀함을 거스르는 굉장한 혼란 스킬과 돌발 변수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 있지만 그런 방해 작업에도 불구하고 금새 새로운 동선을 생각해 내더라고. 아 정말, 퀘스트 창을 계속 열고 읽어봐도 워낙에 빨라 이해를 못하고 그냥 맘모스 엉덩이만 바라보고 처질 새라 또 달려가고 말았어.
3박 4일감 분량의 퀘스트를 순식간에 마치고 감탄에 마지 않는 눈길로 @.@ ‘대단하다!’를 연발하니 딱 한 마디를 하더군.
『만렙 캐릭터 4개 육성의 노하우를 모아 안내했어요.』
프로가이드다운 말이야. - -b
가끔은 『엊저녁에 90%였는데 아직도 업을 못했어요!』라며 선생 같이 캐묻기도 하지만 재촉 같이 느껴지지는 않아.
일상과 같은 호드 뒤치기지만 그래도 은근히 다운이 되는 것 같을 때에는 『지금 그 기분 잘 기억해 두세요.』 라며 애써 잊으려는 분노의 가닥 하나를 살짝 잡아 당기지. 그리고는 『나중에 우리도 호드 잡으러 다녀야지요!』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아. 호드와 얼라 사이에 휴전이란 없대. 호드는 그저 몹과 다를 바 없다는 세뇌도 잊지 않지.
이렇게 ‘호드 = 몹’ 이라는 공식을 하루하루 채득해 가고 있는 걸까. 만렙이 되면 골드문도 호드를 잡으러 다니게 될까... 아직 잘 모르겠어.
그래도 ‘만렙 캐릭 4개 육성의 노하우’로 나그란드 투어를 준비한 요가, 이런 친구와 말로만 듣던 카라잔을 한번 정도는 뛰어봐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오늘도 만렙이 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어. 골드문에게는 하루에 한 가지씩 만렙을 찍을 이유가 더해져, 그래서 또다시 달려가게 돼.
골드문에게는 꼬리를 찰랑거리며 달려가는 여 드레나이 냥꾼보다도 호랭이와 맘모스 엉덩이가 더 익숙한, 요가. 오늘도 나그란드 어디선가 몹들과 호드와 싸우며 고군분투하고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