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달랜드

만렙 단상

turnleft 2007. 7. 19. 18:00

신성한 퀘스트를 받들고

 

오랜 시간 솔로잉을 즐기며 아제로스의 곳곳을 탐험했어. 처음 아제로스에 와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면 그리핀을 타고 나는 때였지. 일단 내리면 눕기의 연속이라 그리핀 한번 더 타 주시고, 기분을 업 한 상태에서 다시 퀘를 해주셨지. 혼자서 탐험하다 보면 집중력이 올라가. 고귀한 퀘스트를 진지하게 풀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 골드문은 퀘스트의 신성함을 동경해. 퀘스트는 결코 쉬워서는 안 된다는 주의기도 하고. 그래서 가끔은 5-6번씩 죽으면서도 정예 몹을 잡을 방법을 궁리하기도 했어. 골드문의 도전이 넘 쉬우면 안 되지! 하고 말야.


 

가리워진 재미를 향해

 

오래 동안 길드에 만렙들이 많았고 골드문과 비슷한 렙이 거의 없었어. 길창으로 오가는 얘기의 반 이상은 알아듣지 못하는 암호 같은 얘기들이었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인던 이야기, 특성인지 아이템 이름인지도 모르는 이름들, 그 모르는 이야기 속에 가리워진 재미가 있을 것 같아 궁금했지. 그래서 빠르진 않지만 꾸준히 달릴 수 있었어.


 

함께 하고 싶었어

 

늦은 저녁 접하면 그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게 전부였어. 다들 인던에 전장에 바쁜 것 같았어. 20명이 넘는 사람이 바글거리는 곳이지만 사실은 혼자였어. 길드라는 곳이지만 막막하기 그지 없는 곳. 이런 사정을 아는 것인지 롱이는 항상 안부를 챙겨 주었지. 주먹님도 인던에 담 쌓았냐며 가끔씩 인던 나들이를 시켜주었고. 스치는 인연이 즐비한 곳, 그래도 인사 한 마디, 격려 한 마디에 칭찬을 들은 아이처럼 한 걸음 더 내딛게 되더군.

 

20, 붉은 마루 산맥을 달릴 때도, 30렙 힐스브래드 구릉지를 달릴 때도, 40렙에 가시덤불 골짜기를 달릴 때도, 그 이후 타나리스와 페랄라스, 동부 내륙지를 달릴 때도 좀 힘들기는 했지만 한 가지 생각으로 견딜 수 있었어. 그건 언젠가는 인사만 하던 길원들과 만나 파티를 짜고, 함께 인던에 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이었지.


 

레벨이 깡패인지

 

그리고 장장 6개월의 항해를 마치고 드디어 70렙이 되었어. 아직 무늬만 만렙이긴 하지만 그래도 뿌듯해. 두 손 가득 사탕을 받아 쥔 기분 같다고 할까, 남들이 보기에 대단하진 않더라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그런 기분. 레벨이 깡패인지 흑마가 깡패인지 이젠 필드의 파티 몹과 붙어도 쉽게 쓰러지지 않아.


 

황금색 그리핀을 샀어

 

처음 그리핀을 탔을 때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 아제로스에서 몹들에게 얻어터지고, 호드에게 썰려 조각난 가슴에 웅크리고 있다가도 그리핀을 타면 기분이 환하게 폈다니까. 그동안 넘들이 타고 다니는 그리핀을 보며 비둘기니 독수리니 까마귀니 말하며 짐짓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그리핀을 사러 갈 때는 득달 같이 달려갔지. 게다가 그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어. 그리고 황금색 한 마리를 달라고 했지.

 

그동안 닭둘기라 놀려서 미안해, 이제부터는 내 날개가 되어줘.


 

다시 출발 선에 서서

 

알터랙 전장에 들어가 달리기도 하고, 아라시도 가고, 전쟁노래 협곡도 가고, 시간이 넉넉하면 인던 탐험도 갈 거야. 물론 인던이 재미로만 가는 곳은 아니란 걸 이젠 알아. 같은 만렙이라 해도 내가 꿈꾸던 예전에 만렙들과는 질적으로 한참 떨어지는 골드문인 것도 알아. 함께 달리고 싶어도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스치듯 함께 묻어가는 날도 있지 않을까 싶어.

 

있잖아, 함께 달리고 싶었어... 그리고,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