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는 암흑 비밀결사의 소환 의식을 중단하는 퀘를 하고 있었어. 스케슬론의 주둔지로 가서 안퀴라스의 쑨과 같은 모양으로 생긴 몹에 지팡이를 사용해야 하는 퀘야. 소환 의식을 하고 있는 주변의 비밀결사들을 다 때려 잡고, 퀘스트 지팡이를 어디서 써야 하나 이리 저리 사용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더니 펑하고 지팡이를 쓰더라고.
바로 여기구나! 하고 지팡이를 들었지만, 내 퀘스트 제물도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길 닦아 놓으니 어떤 나쁜 놈이 먼저 지나가 버린 거 있지!
그런데 난 그 나쁜 놈과 같이 퀘를 했어. 그게 내가 아는 요 모씨 였다는 말이지.
난 점술가 길드였고 요가는 사제회였는데, 적대적인 진영이지만 퀘는 같이 할 수 있더라고. 그래서 공통된 퀘를 같이 하기로 했어. 퀘스트 장소 가서 몹 잡고, 쇼 잠깐 해주시고, 각자의 길로 돌아가 완료하고 퀘 받고 뭐 이런 것이지. 헉헉거리며 달려 다녀야 한다는 점 빼고는 아주 쿨 한 적과의 퀘스트지.
골드문 특유의 닐니리야 모드를 잠시 접고 요가 사마와 함께 퀘스트 속성 코스를 밟아 나갔어. 그러다 어둠달의 용암 같은 곳에 소환 의식을 하고 있는 네임드 4마리를 잡으러 나섰지. 네 마리가 각각 다른 위치에 있어서 한 마리씩 방문 정리를 하다가 세 번째 네임드를 잡으러 갔을 때였어.
이 네임드들은 보통 주변에 토템 같은 것이 있어서 토템을 치면 자잘한 소환수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는 타입이거든. 그래서 보통 이 소환수들을 먼저 잡고, 네임드가 발동 걸리면 때려 잡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었지. 그래서 막 돌진 하려는데, 어디선가 ‘슈웅, 슈웅, ....’하는 활 시위 당기는 소리가 나.
요가가 ‘죽 써서 개줄 뻔했다...’하여 보니 호드 냥꾼 하나가 넴드에게 살짜쿵 활을 날리고 있더군. 토템을 치는 순간 우리는 열나게 솬수들하고 싸우고, 넴드는 호드가 잡아 버린다는 거지. 그런데 그 호드 넘, 적극적인 공격을 할 생각을 안 해. 계속 가뭄에 콩 나듯 활 질만을 하고 있어.
“저넘 잡고, 퀘 시작하자.”
빠르게 돌진하여 그넘을 눕히고, 바로 토템을 때려 솬수들도 처리하고, 넴드도 잡았어. 그리고 유유히 자리를 빠져 나왔지. 그리고 난 열심히 별빛성소로 달려갔어. 도둑이 제발 저린 것인지 스스로도 놀란 가슴에 네 번째 네임드를 잡으러 가야한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었던 게야. 왜 그러냐고?
자, 이쯤에서 한 가지 집고 넘어갈까. ‘저넘 잡고, 퀘 시작하자...’는 말은 골드문이 한 말이야. 그 순간 머리를 굴려 봤지만 5분이 지나도 이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는 않았거든.
“ㅎㅎ”요가가 실실 웃어.
“그래, 나 사악해”라고 말해도 이넘은 눈 하나 깜짝 안 해.
골드문의 사악함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나.
지금 말하는데, ‘졸리고 귀찮아서 인내 게이지도 바닥 났고, 그냥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그뿐이야.’
근묵자흑, 근묵자흑, 근묵자흑... 핑계를 대어 보지만 이미 눈치들 채고 있는 것 같아. 근데, 사실 사악함이라기 보다는 냉점함인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