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문과 퀘스트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간 곳에 또 가야하거나 잡은 몹을 또 잡아야만 하거나 된통 애드당해서 눕는 일이 좀 있지.
설마 같이 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골려주려고 이러겠어. 좀 더 노련해지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그게 꼭 마음 먹은 대로 되는게 아니잖아. 다만 슬로우 모드에 갑자기 누군가 끼어들어 발동이 걸리면 그 박자에 맞춰보려고 애를 쓰는데, 그게 좀 반발효과가 난다고나 할까.
처음엔 노련하게 이끄는 사람의 페이스에 흡수되는 것 같이 잘 가는 듯하다가 이게 무리하게 끌려간다 싶으면 골드문식 제어 장치가 자동으로 발동해서 모두 골드문의 페이스에 말리는 것이지.
'내가 왜 골드문의 밥이 되어 몹을 또 잡고, 애드 당하고, 한 퀘스트를 또 하고...' 이런 불평이 있었다면 미안해. 고의가 아니었어.
자, 골드문의 마수에는 GM도 예외가 될 수 없었어.
그 GM 아자씨도 막 가려다가 결국 같은 몹을 1번 더 잡고 갔거든.
그러니 혹시 억울했다면 위로가 되길 바래. ^^;;
일일 퀘를 해볼까나
시간이 있을 때는 일일 퀘를 해야겠다 싶어 첫 퀘를 받아놨지만 5명이 풀파로 모여야 할 수 있는 퀘라 그냥 미뤄만 놨었어. 그런데 가방 차는 것이 두려운 것처럼 퀘스트 주머니도 20개를 넘으면 빨리 치워 버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들끌어.
이리저리 다 던전 퀘스트들... 그래서 어제는 퀘스트 한 구석에 몰려 있는 일일 퀘를 위한 준비 퀘스트를 하기로 맘 먹었지. 돈을 많이 준다는 소문도 있지만 일단 일일 퀘가 어떤 것인지 궁금했어.
그래서 파티 채널을 열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지. 여기 저기서 귓말이 오는데, 자기네가 이미 하고 있다는 파티가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모은 사람들을 데리고 그 파티와 함께 하기로 했지. 역시 경험들이 있는지 진행이 빨라. 간만에 아주 신속하게 파티를 짰어. 그리고 바로 소환이 되어 그롤록이 있는 칼날 산맥까지 갔어.
이상해, 그롤록이 퀘 템을 안 줘
다 모이니 7명 정도라 2팟을 짰어. 그리고 그롤록을 향해 달려들었지. 일단 인원이 깡패라 아무 생각 없이 덤볐는데, 그롤록이 잘 버티더군. 그래도 다굴 앞에 장사 없다고, 칼날 산맥의 보따리 상인 그롤록도 허탈이 쓰러져 주시더군.
아! 그런데, 아무런 퀘스트 템을 주지 않아. 루팅 자체가 뜨지 않아 누구도 퀘스트 아이템을 얻을 수 없었어. 뭔가 문제다 싶었지만 속는 셈 치고 다시 잡아봐도 나오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어.
그래서 일단 샤트에 있는 넘과 지옥문 앞에 있는 마르고크를 먼저 잡기로 했어. 마르고크 이넘 목숨줄이 소심줄 같이 질기더라고. 7명 정도가 징하게 딜을 하는데, 피 다는 속도가 엄청 더디더군. 과장을 100% 더 하면, 레이드에서 힐 받는 것 마냥 힐을 받으며 딜을 했어. 딜러에게도 이런 축복이 있다니. 잠깐이지만 역시 떼로 잡는 건 재미있었어.
‘퀘스트 템이 안 나온다, GM에게 얘기하자...’ 뭐 이런 얘기가 있었어. 중간에 물으니 아무도 얘기를 안 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누군가 다시 GM을 찔렀어. GM을 찌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살짝 궁금해졌어.
그런데, 이 궁금증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전에 검은 가죽옷을 입고 복면을 한 아저씨 GM이 쓩 나타나더군.
골드문의 마수는 GM도 못 피해가
"와, 진짜 GM이다." "오웃 피는 얼마나 될까..." "아이템 좀 링크해줘봐요"
이런 얘기를 하는데 바로 “루팅 하세요” 라고 GM이 말했어.
그래서 달려가 보니 그롤록이 누워있고 몸뚱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더라고. 다들 퀘스트 템을 주우려고 바빠. 골드문도 열심히 손바닥을 비벼 봤어. 그러다 어느새 퀘스트 아이템은 사라져 버렸지. 그런데 자꾸 다른 사람들과 겹쳐서 실패를 했는지 내 가방에는 퀘스트 아이템이 들어오지 않았어.
무늬만 70렙. 역시 여기서도 초보 티 팍팍 내 주신 것이지. 넘들 다 집을 때 대체 뭘 한거야... 중요한 순간에 꼭 하나씩 빠트려 주시는 버릇은 여전해. 한 두 번이 아니라 이젠 자책도 하지 않고 재빨리 수습 모드로 들어갔어.
“GM님, 저 아이템 못 집었어요. 다시 잡아 주세요.”
“네. 골드문님 잠시만 여기 대기하세요.” 이러더니 그롤록이 나타나고 혼자 득달 같이 달려가더라고.
"Darlill가 어둠의 권능 축복으로 그롤록에게 161782의 암흑 치명상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롤록이 죽었습니다."
“오오, 한방 킬!”
골드문이 신나서 외쳤지. 그리고 골드문을 위해 차려진 밥상에서 아주 당연하게 퀘 아이템을 쓱싹 드셨지.
"감사합니다."
게임에서의 신선한 경험
우린 GM에게 장비 보여달라고 졸라 GM의 단검도 구경하고, 우스개 소리도 하면서 잠시 웃고 떠들었어. GM의 칼은 [최면의 단검] 이었어. 누군가 “다음 퀘도 같이 해주삼~” 하고 졸랐더니 이 GM 양반 가만히 먼산을 바라보더군. 그렇게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갖은 인사를 하고 헤어졌어. 버그로 인한 고객 방문의 일환이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넙죽 달려온 GM 덕분에 신선하고 유쾌한 경험을 했어.
칼날 투기장 앞에서 완료를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여 나머지 몹을 잡고, 간단하게 정보를 읽고 온 것에 더해 한 친구가 자세하게 귓말을 보내주어 더 편하게 퀘를 할 수 있었어.
자기 퀘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좀 덜 떨어져 보이는 골드문에게 한 마디 더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 잠시 만났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배려를 하는 멋진 사람들이 있어 파티는 즐거워. “절대좌익수” 이 이름도 이제 기억에 남는 아이디가 될 것 같아.
오그릴라로 고고싱
파티 퀘를 모두 마치고, 칼날 산맥 채널을 깡패처럼 사용하며 외치기를 하여 인사들을 했어. 고맙고, 즐거웠고, 다시 만나자고. 그리고 골드문에게는 다음은 꼭 오그릴라로 가라고 한 마디 더 알려주더군.
오그릴라, 사람 이름인지 지명 이름인지... 내 PC의 IE 윈도우가 닫히는 고질적인 문제로 인해 잠시 메카 정보를 못 봐서 확인을 못했지만9시 방향으로 가면 있다는 말만을 따라 열심히 날아갔어. 그리고 오그릴라를 발견했어.
"자, 이제는 대망의 일일 퀘스트에 돌입하는 거야!"
아웃랜드, 그 끝나지 않는 숙제 속으로
만렙이 되면 뭔가 저 높은 곳에 군림하며 호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일까. 아웃랜드는 이런 골드문의 착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게임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거야!’하며 매일 새로운 과제를 던져줘.
한 가지를 진득하니 하지 못하고 맨날 이것 저것 집적거리는 골드문, 당분간은 이 일일 퀘스트를 과연 하루에 끝낼 수 있을지를 검증하러 다니느라 바쁠 것 같아.
전장도 몇 번 더 납셔 주셔야 뭐 하나 살 정도의 명예 점수를 모을 수 있을 것이고, 망각 셋의 입으려면 미궁과 으스도 부지런히 가셔야 하고, 길드원들과 깡패처럼 달려 다니는 기쁨의 시간을 보내려고 대륙에 있는 공대 인던도 방문해 주셔야 하고, 그 옛날 혼자 삘삘거릴 때 어느 사이 곁에와 도와 주었던 천사 길원들처럼 천사 흉내도 좀 내고 싶고, 어디 하나 우호적인 평판도 없는 터라 발품을 팔아서라도 평판도 올려주셔야 하고, 채광이라도 올려서 돈이라도 좀 벌어야 빠른새도 타 주실 텐데...
진짜 맘속에 생각한 일을 빼고 하다만 일들만 나열해도 이 정도라니 당분간 금달랜드의 해는 지지 않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