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이

금달랜드 2007. 3. 21. 11:52

처음 널 만는 날 노란 세 송이 장미를 들고
룰루랄라 신촌을 향하는 내가슴은 마냥 두근두근
생머리 휘날리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너
머리에서 발끝까지 나를 사로잡네 이야예로
- 일기예보 '니가 좋아'
+   +   +   +   +   +   +   +   +   +   +   +   +   +   +   +  

늦은 저녁마다 아제로스의 나홀로 달리기는 쉽지 않았다.
붉은 마루에서의 지치는 무덤 달리기와
거길 어찌 벗어나볼까 하고 갔던 그늘 숲의 우울함
저습지까지 갔을 때는 이미 지쳐있었다.

저습지에서 이틀을 버텼을까
고대 유물을 수집하고, 부싯돌 조각을 모으고...
다시 퀘를 할 사람을 찾아서 외치기를 하다가 한 파티를 만나게 되었다.

비슷한 레벨에 조금씩 다른 저습지의 퀘들을 가진 사람들
아직 저습지에서 해야할 많은 퀘스트들이 있었던 때였다.
우린 각자가 가지고 있는 퀘스트를 공유하고
시온이란 성기사를 따라 정예 3종 퀘를 모두 밀어버리고
탄돌 교각까지 달려갔다.

탄돌 교각의 퀘를 마치고 왔을 때는 이미 새벽1시를 향해가고 있었고
평소 하는 리듬과 달리 너무 달려서인지 이쯤에는 거의 지쳐있었다.
그래서인 넘들 집는 아이템도 집어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골드문이 한번 더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었던 친구다.

그 다음은 다시 그늘 숲에서 만났을까...
장의사의 신부 ... 뭐 이런 퀘를 할 즈음이었던 것 같다.

시온이란 친구를 포함해 파티를 짜고 있었는데
길드의 법사 친구하나가 잠시 들러 퀘를 도와주겠다고 왔던 때다.
물론 그런 수고 안 해도 된다 말려도 잠시 들르는 거라고 하더니
진짜 3개 정도 되는 퀘를 '잠시'동안 마쳐 버려서 더 어이가 없기도 했었다.
잠시, 잠시, 잠시, 잠시, 잠시, .... 아아아아악! 이건 사기다! ㅠㅠ
나에겐 진짜 2박 3일 감이었는데...

그리고 또 언제였을까
힐스브래드 구릉지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2-3렙 차이다 보니 퀘스트 하는 곳이 비슷한가 보다.

퀘를 줄줄 꿰고 있어서 골드문은 거의 따라다니는 것으로 그 몫을 다하고 있었는데,
던 모르 어디 쯤에서 일까... 아님 어디인지...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던 그때
여러 번 만났으니 통속명이라도 하자며 바로 자신의 나이와 이름을 알려줬다.
열 서너 살이 더 어린 친구... 나이 많은 아줌마라하니 말을 놓으라 한다.

와우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었겠지만
습관대로 존칭을 쓰는 것이 편하다.
길마가 1달도 넘게 말을 놓으라고 하지만 쉽게 놓아지지가 않았던 때였으니까.

누군가에게 신경 쓰이는 대상이 되기도 싫어 그냥 조용히 있고프기도 했고
젊은 친구들이 즐기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도 않은 것도 있어서
그냥 조용히 있으면서 가끔 막힐 때 '저기요..' 하면서 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2달여 기간 와우에서의 이런 소극적인 플레이와
무슨 이유인지 쉽게 놓아지지 않던 부담감들이
이 어린 친구로 인해 깨지게 됐다. ㅎㅎ

어떤 때는 냥꾼으로 어떤 때는 사제로
자기에게 얼마 남지 않은 한정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만큼을 모두 즐기 보려는 친구 같았다.
게임을 즐기는 멋진 친구... 첫 파티를 뛰고 이미 팬이 되어 버렸다.

게임은 시공과 나이를 초월하여 친구를 만들어 주는 공간이다.
피곤한 저녁, 뭔가를 찾아간 아제로스에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이런 친구들의 한 두마디 조언으로

낯설고 생경한 그곳을 하나씩 탐험해 나간다.

'금달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 네가 찍은 스킬을 알고 있다!  (0) 2007.03.23
5가지 중독증  (0) 2007.03.22
백 스물 한 번째 보이드  (0) 2007.03.14
다시 공백이라니  (0) 2007.02.17
붉은 마루 산맥의 굴욕  (0) 2007.02.10
AND